1997년 5월에 이 책 한글 번역판 초판을 내었는데, 4×6배판으로 600쪽이나 되는 매우 두툼한 책이었다.이 책을 교재로 하여 몇 차례나 강의를 하여 보았는데, 원문의 글자도 크고 주석도 상세하여 편리한 점이 많았으나, 첫머리에 붙은 <공자에 대하여>라는 부분은 아무리 읽어 보아도 내용이 쉽게 이해되지 않았고, 부록으로 붙은 <사전>은 너무 많은 부피를 차지하고 있으며, 아주 드물기는 하지만 오자도 더러 있어, 이번에 개정판을 내면서 공자에 대한 글은 뒤로 돌리고, 사전은 글자를 줄여 양단으로 조판하는 등 약간 체제도 바꾸고, 오자도 바로 잡기로 하였다.

　원저자인 양백준 교수가 이 책을 낼 때는 정치적으로 아주 불행했다고 한다. 북경대학 교수로 있다가 우파로 몰려, 변방에 위치한 감숙성의 난주대학 교수로 좌천된 상태에서, 이 책이 저자의 이름을 뺀 "난주대학 중문과 연구실"의 공동저작과 같은 형태로 처음 중국 대륙에서 햇 볕을 보게 되었다고 한다. 아마 위에서 말한 공자에 관한 글이 읽기에 어려운 이유도, 그의 이러한 난처한 처지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 아닌가 싶다.
　이책이 나오자 대만에서 곧 이 책의 영인본을 내었는데, 역시 양백준 교수의 이름은 밝히지 않았고, 내용에도 대륙에서 사용하고 있는 어휘들은 가끔 고치기도 하였다.

　1989년에 심양에 있는 요녕인민출판사에서 낸 《중국유학사전》을 보면 양백준에 대하여 대개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1909년생, 근대의 한어학자이며 주석가. 어릴 떄부터 경서를 숙독하고 고문을 좋아함. 현임 중화서국 편집 심사위원, 북격대학 역사학과 겸직 교수.
　그는 다음과 같이 생각하고 있다. "공자는 중국이 낳은 큰 사상가이며, 최초의 대 교육가이다." 그는 일찍이 창조적으로 그 이전의 문화유산을 총결하여 후대에 물려주었다.공자 이후부터 비로소 개개인들이 사적으로도 학문을 가르치는 기풍이 생겨났으며, 공자 이후부터 문화가 비로소 귀족들의 전리품(專利品)을 벗어나게 되었다. …공자는 미신을 믿지 않았으며, 귀신의 존재에 대하여서도 회의하였으며, 인생철학은 적극적이었다.
　"그의 사상 체계 속에서는 진보적인 일면도 있고, 소극적이거나 나아가서 반독적인 일면도 있다." 진보적인 사상가와 정치가들은 공자의 학설을 이용하여 선전 도구로 삼았고, 완고하고 보수적이며, 반동적인 사람들도 또한 공자의 학설을 이용하여 호신부와 방패막이로 삼았으며, 역대의 봉건 통치자들은 모두 그가 계급제도를 옹호하는 윤리관념과 유심주의 사상을 이용하여, 그들의 통치를 공고히 하였다.
　그래서 그는 다음과 같이 생각하였다. "정확하게 공자를 평가하려면, 반드시 공자 본인이 역사에 끼친 작용과 그가 일찍이 남에게 이용당하여 역사에 끼친 또 다른 작용을 구별하여 보아야만 한다."
　《논어역주》와 《맹자역주》는 해방(1949) 이후에 새로운 방법을 채용하여 유가의 전적을 정리하고 역주하여, 국내외에 비교적 많은 영향을 미친 저작인데, 고서의 산생 연대, 작자, 판본, 내용의 진위 및 사물의 명칭, 법률 제도 같은 것에 대하여 정밀하고도 상세한 고증과 훈고를 행하고 있어, 유가 전적의 정리 작업에 중요한 공헌을 한 것이다. -213쪽

　아마 이 설명이 양백준이 공자에 대한 태도를 잘 밝힌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또 양백준 자신도 공자를 온당하게 이해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 책의 개정판을 낸느 시점에 맞추어, 같은 저자의 《맹자역주》도 우리 영남대학교 중문과의 우재호 교수의 손에 의하여, 이 책과 똑같은 총서의 제 15권으로 간행되었음을 매우 즐겁게 소개한다.
　재판을 내는 데도 역시 공역자인 박종연 박사가 매우 수고하였음을 알리며, 그의 남경대학에서의 두 번째 박사학위도 순조롭게 완성되기를 빈다.

　　　　　　　　　　　　　　　　　　　　　　　　　　　　　　　　　　　2002년 석류 꽃 피는 계절에
　　　　　　　　　　　　　　　　　　　　　　　　　　　　　　　　　　　　　 여남대학교 연구실에서